챗GPT랑 클로드, 왜 서로 대화는 못 시킬까
지난 편 → 5편 — 이틀 만에 만들었는데, 방문자가 0이었습니다
요즘 AI를 하나만 쓰는 사람은 드뭅니다. 챗GPT도 쓰고 클로드도 쓰고, 어떤 건 이게 낫고 어떤 건 저게 낫다 보니 두세 개를 오가며 쓰게 되죠.
그런데 그렇게 쓰다 보면 꼭 이런 순간이 옵니다.
- A에게 한참 설명해서 만든 내용을, B는 하나도 모릅니다. 그래서 B한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합니다.
- A가 내놓은 결과를 B에게 넘기려고 매번 복사해서 붙여넣습니다.
- 심지어 "이거 어느 쪽한테 시켰더라?" 하고 내 머릿속에서도 섞입니다.
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. "얘네끼리 좀 알아서 주고받으면 안 되나?" 내가 매번 중간에서 우체부 노릇을 하지 않아도, 큰 결정만 내가 확인하고 자잘한 건 AI끼리 직접 넘기게 하면 편할 텐데. 오늘은 이 이야기입니다 — 왜 아직 그게 매끄럽게 안 되는지, 그리고 그게 정말 못 할 일인지.
이 답답함, 당신만 느끼는 게 아닙니다
먼저 짚고 싶은 건, 이게 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. 완전 자동은 아니어도 돼요. 사람이 아예 손을 떼면 오히려 불안하니까요. 대부분이 원하는 건 이런 모습입니다 —
큰 건 내가 확인하되, 자잘한 전달은 AI끼리 알아서.
우체부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죠. 그런데 막상 이걸 하려고 하면 세 개의 벽에 부딪힙니다. 하나씩 볼게요.
벽 ① 요금 — "그냥 연결하면" 돈이 눈덩이가 됩니다
AI끼리 연결하려면 보통 API라는 걸 씁니다. 쉽게 말하면 프로그램끼리 AI를 불러 쓰는 통로예요. 그런데 API는 쓴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입니다.
가볍게 쓰면 싸요. 문제는 AI 여러 개가 서로 계속 말을 주고받을 때입니다. 대화가 오갈수록 그동안의 기록을 매번 다시 실어 보내야 해서, 요금이 곱으로 불어납니다. 실제로 "여러 AI를 엮는 사람이 가장 큰 요금 폭탄을 맞는다"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경고예요. 월정액 구독은 아무리 써도 그대로인데, 이 방식은 자동으로 돌릴수록 돈이 새어 나갑니다.
벽 ② 조립 — AI는 '엔진'일 뿐, '자동차'가 아닙니다
요금을 감수한다 쳐도, 더 큰 벽이 있습니다. 비유로 볼게요.
- 완성된 AI 도구(챗GPT 앱 등) = 그냥 타면 되는 자동차.
- API로 받는 AI = 자동차가 아니라 엔진만 따로 받는 것.
엔진은 강력하지만, 엔진만으로는 도로를 못 달립니다. 차체·핸들·브레이크가 있어야 하죠. AI를 서로 연결하는 것도 똑같아요. "누가 말할 차례인지 정하기", "무엇을 기억하고 넘길지 고르기", "한쪽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 멈추기" 같은 골조를 직접 다 만들어야 합니다. 이 골조를 업계에서는 하네스(harness)라고 불러요.
이걸 정확히 짚은 사람이 있습니다. 스티브 키니(Steve Kinney) —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Temporal의 개발 총괄이고, 개발 교육 플랫폼 'Frontend Masters'에서 AI 개발도구 활용법을 가르치는 현업 개발자입니다. 그의 말입니다.
"The loop is a solved problem. The engineering around the loop—context management, safety controls, graceful degradation, cost containment—is where all the interesting decisions live."
(번역) "AI를 부르는 기본 동작은 이미 해결된 문제다. 진짜 어려운 건 그것을 둘러싼 부분 — 기억 관리, 안전장치, 실패 처리, 비용 억제 — 이다."
즉 AI를 불러 시키는 건 쉽지만, 그걸 안 무너지게 감싸는 게 진짜 일이라는 거죠. 그는 "신뢰성 있게 만드는 게 일의 전부다"라고까지 말합니다.
참고로, 오픈소스 도구(Aider, Cline 같은)를 쓰면 이 골조는 남이 만들어둔 걸 쓸 수 있습니다. 하지만 그래도 요금은 여전히 종량제고, 그 도구가 정해둔 방식에 내가 맞춰야 합니다. 골조 하나 해결됐다고 끝이 아닌 거예요.
벽 ③ 정책 — "내 구독으로 연결하면?" 대체로 막혀 있습니다
가장 억울한 벽입니다. "나 이미 챗GPT·클로드 구독하고 있는데, 그냥 그걸로 연결하면 안 되나?" 싶죠. 그런데 이건 대체로 막혀 있습니다. 구독은 사람이 직접 쓰라고 만든 거지,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갖다 쓰라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.
게다가 회사마다 정책이 다릅니다 — 오픈AI(GPT)는 구독으로 붙이는 걸 일부 열어둔 반면, 앤스로픽(클로드)은 막아둔 식이에요. 그만큼 이 판이 아직 정리되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.
그래서, 결론은 — 이건 '어쩔 수 없는 일'이 아닙니다
세 개의 벽 때문에, 지금도 대부분은 사람이 우체부 노릇을 합니다. 한쪽 결과를 복사해 다른 쪽에 붙이는, 그 번거로운 다리 역할이요.
그런데 여기서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. 사실 저는 이 답답함을 그냥 두지 못하고, 두 AI가 제 손을 덜 거치고 서로 결과를 주고받게 하는 방법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. 매번 완벽하진 않아서 중요한 건 제가 눈으로 확인하고 넘기지만, '사람이 다리 역할만 최소한으로 하는' 정도는 충분히 되더군요. 방법 자체는 아직 다듬는 중이라 여기 다 풀진 않겠습니다 — 다만 이 답답함이 '어쩔 수 없는 것'은 아니라는 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.
그러니 지금 당장 여러 AI를 쓰며 답답한 분이라면, 이렇게 정리하시면 됩니다.
- 가볍게 쓴다면: 굳이 연결하려 애쓰지 마세요. 각각 쓰는 게 속 편합니다.
- 자주 오가며 쓴다면: 지금은 사람이 다리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싸요. 억지로 자동화하면 요금·골조·정책이라는 세 벽에 부딪힙니다.
- 그리고 이 판은 빠르게 바뀌는 중입니다. 회사들이 정책을 열고 도구들이 좋아지면서, 머지않아 "AI끼리 알아서 주고받기"가 훨씬 쉬워질 겁니다.
"얘네끼리 왜 말을 못 하지?" 하고 답답했던 게 당신만은 아니고, 게으른 상상도 아닙니다. 다만 지금은 그 사이에 세 개의 벽이 있을 뿐이고 — 그 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.
다음 편 → 7편 — Claude Code 플러그인, 통째로 깔지 않고 알맹이만 빼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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